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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3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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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3화. 화려한 귀환 (3)

 

 

 

다음날 오전 수도 베르헨.

동문에서 왕궁까지 이어지는, 베르헨에서 가장 커다란 대로.

대로의 양옆 가장자리에 이미 만, 아니 십만이 훌쩍 넘어 보이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지만, 그것은 사람들에겐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 군중들 대부분은 일반 시민들이었지만, 자신들 기준으로 새벽에 일어난 마법사들도 제법 많았다.

그들에게도 있어서 전쟁은 절대로 남 일이 아니며, 지금 이 개선은 이 도시에서도 가장 큰 행사였으니까.

“와.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그’를 보려고 모인 거란 말이야?”

“흥. 엄밀히 말하면 ‘그’만 보러 온 것은 아니지. 다른 전쟁 영웅들도 함께니까.”

“그렇긴 하지. 후. 설마 이렇게나 대승할 줄은.”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 주역인 유렌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마법사들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변해버린 거지? 어째서 그 멍청이가 저런….”

“흥. 나에게 욕먹고 찔끔거리며 울던 놈이 이렇게….”

유렌이 극적으로 변한 것은 겨우 최근 1년여 정도.

그 전까지의 그를 수년이나 알고 경멸했던 몇몇 이들은 아직도 태도를 바꾸지 못한 것이었다.

“거, 앞에서 헛소리하지 말고, 그런 식으로 투덜거릴 거라면 뒤로 나가 있게.”

“쯧쯧. 과거가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밑바닥에서 저렇게나 올라간 것을 칭찬하질 못할 망정.”

“그가 아니었으면, 우리까지 전부 하위 장교로 전장에 끌려갈 뻔했는데, 아직도 시답잖은 질투나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그들은 이제 마법사 가운데에서도 소수에 불과했다.

다른 다수의 마법사들은 유렌을 충분히 인정했으며, 그의 행보에 놀람과 동경의 감정은 안고 있었으니까.

“우와아아아아-!!”

“저기, 저기 보인다!”

“유렌-! 유렌-! 유레에엔-!!”

하물며, 일반 시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멍청이라고 불렸다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부분 마법사 사이에서 떠돈 이야기들.

물론 옛 유렌과 관련된 사람들이야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그를 무시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다.

대부분 시민들에게 있어 유렌은 최근 여러 가지로 뜨거운 유명인이었으며, 지금은 전쟁에서 대승하고 돌아온 전쟁 영웅이었다.

그들이 이렇게나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쒸이이이이-

그리고 유렌이 동문으로 들어와 대로를 지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무언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소리가 나며, 화려하게 파앙하고 터졌다.

퍼어어어엉-!

“오오! 불꽃놀이군, 아무리 흐리다지만, 이런 낮에도 저리 선명한 색깔들이라니!”

“꼭 잔뜩 낀 구름 위에 여러가지 색으로 수를 넣는 것 같군!”

대낮용으로 개조된 이 불꽃놀이용 마도구는, 현 상황에서도 충분히 분위기를 돋우고 시민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회색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 여러 가지 아름다운 진한 무늬들이 잔뜩 피어난 것이다.

“와….”

“허어어-.”

시민들은 물론이고 마법사들까지. 

그 화려함 밑에서 당당히 말들을 타고 개선하는 이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에서 터지는 화려한 색의 불꽃의 빛들이, 당당히 개선하는 유렌과 그 일행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고 있었다.

기존의 명성과 지금 이 분위기. 거기에 절묘한 조명들까지 더하니 그것을 보는 시민들은 압도되었다.

‘평의회가 단단히 준비했군.’

한편 유렌은 자신과 그 일행들을 비추는 불꽃을 보며, 철저한 준비성을 느꼈다.

이 개선을 준비하는 것은 왕궁과는 다른 세력인 평의회.

이번 전쟁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이런 곳에서라도 인상을 남기겠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유렌들이 나아간 곳은, 성문과 왕궁 그 한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광장.

그곳에는 이미 마법으로 쌓아 올린 20m 이상의 높다란 단상이 놓여 있었다.

유렌이 망설임 없이 홀로 단상의 위로 올라가자, 그곳에 있던 평의회 수장 - 마스터 샌디스가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유렌은 이 처음 만나는 고위 마법사에게 목소리를 낮추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거, 너무 힘을 주신 것 아닙니까? 날씨 조종 마법에다가, 특수한 염료를 넣은 불꽃놀이까지. 들어가는 돈들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요.”

“후. 이 정도는 하게 해주게나. 자네에게 여러 가지로 깊은 감사의 감정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까. 날씨 변경 마법은 내 친구가 목숨도 구하고 제자도 구할 수 있던 예라고 생각해두게.”

“…마스터 쉐룬 말씀입니까? 오히려 제가 그분께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유렌은 전장에 고문역으로 참가한 노마법사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평의회의 수장. 샌디스는 다 알고 있다는 듯 한 번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마법으로 목소리를 증폭. 단상 위를 보고 있는 모든 시민에게 외쳤다.

초로의 노인인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이다.

[여러분! 공국과의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와아아아아-!

갑작스럽게 외치긴 했지만, 이쪽이 전쟁에 승전했다는 말에 시민들로선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바람잡이로 넣은 목소리 큰 이들이 분위기를 잡으니 분위기는 더욱 불타올랐고 말이다.

[하지만 처음엔 오히려 이쪽이 굉장한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때, 아군을 구하러, 직접 달려간 지휘관은 누구입니까?!]

유렌-! 유렌-!

[그뿐만이 아니라 아군을 한 번에 몰살시키려 했던, 적의 대마법을 막아낸 사람은 누구입니까?!]

유렌-! 유렌-!!

게다가 그가 말하는 것에 맞춰 그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니 점점 더 사람들은 진심이 되어갔다.

사람들의 환호성에 점점 더 깊은 감정과 마음이 스며들어 가며 더더욱 커져만 갔다.

[적의 소드마스터의 머리를 베어, 대륙을 경악하게 했으며 아군을 구한 이는 또 누구입니까!]

유렌-!! 유레에엔-!!

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계속 원호했다.

원래 칭찬 일색이었던 사람들은 당연하고, 아까 투덜거렸던 몇몇 이들까지 함께할 정도로 그 후끈거리는 분위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환하게 미소지은 평의회의 수장 - 샌디스는 이제 마지막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졌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마땅히 영광을 누려야 할 자는 누구입니까?]

유레에엔-!!

그곳에 있던 모두의 입이 그렇게 소리치자, 순식간에 구름을 물들인 불꽃들이 전부 사라졌다.

파앗-

그리고, 구름의 극히 일부.

정말로 일부만이 사라져 밝고 따스한 햇볕이 지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유렌이 서 있는, 딱 그 좁은 반경에만 말이다.

“아….”

“….”

단상 위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하늘에서 구름이 갈라져 십만이 넘는 사람 중 딱 한 사람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모두가 환호하는 한 영웅만을 말이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아-!!

두말할 것도 없는 환성의 폭풍들.

이미 그것이 연출이라는 것을 머리로 아는 사람마저도, 열광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유렌은 그들에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면서도, 고개를 들어 아주 살짝 갈라진 구름 틈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자신과 함께 웃고 있는 평의회의 수장- 샌디스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정말 대단한 마법 컨트롤에 연출력이군.’

하늘을 회색 구름으로 가득 채운 것이야, 다른 마법사들이 힘을 합친 거겠지만, 저 작은 일부분만을 연 것은 옆에 있는 노마법사의 실력임이 분명했다.

아주, 아주 작은 마력의 움직임이 그에게서 일어나 하늘까지 닿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십만이 넘는 대중들의 열광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유렌과 그 일행이 왕궁으로 향하기 전까지 그렇게 계속.

 

* *

 

“영광입니다! 이쪽에서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폭발적인 환성과 함께 왕궁에 들어온 유렌의 일행들은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리며 이제야 긴장을 조금 풀었다.

“푸후-. 이제야 좀 살 것 같슴다. 목에 힘을 전혀 뺄 수가 없었슴다!”

레이칸이 험상궂은 얼굴과는 정반대로 진땀을 흘려가며 말하자, 셀레나는 쿡쿡 웃었다.

“이제는 국왕 폐하와 각종 고위 귀족들을 만나야 하는데~ 긴장이 풀려~?”

“헉! 그, 그랬슴다! 그, 그, 그럼 다시!”

“굳이 그럴 필욘 없어.”

다시 뻣뻣하게 굳으려는 레이칸을 보며, 어느새 일행에게 다가온 툰드라가 쿡쿡 웃었다.

툰드라는 오늘따라 더 반짝이는 은색 머리를 손으로 쓸며 유렌에게 인사했다.

“유렌. 정말로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네. 난 어디 다친 곳 한두 군데라도 숨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그와는 메시지 마법으로 원격으로 이야기는 나누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는 것은 전쟁이 터진 이후 처음이었다.

‘엘프와 소드마스터. 양쪽과 격전을 벌였다고 했는데, 정말로 남은 상처가 없을 줄이야.’

물론 그 전투 후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후유증이 큰 중상은 겨우 그 정도의 시간으로 낫지 않는다.

몸의 밸런스나 마력의 흐름 등. 어딘가에서 분명 불편한 곳이 약간이라도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팔이 잘려 나간다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성직자가 붙이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은 자유롭게 쓰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유렌에게서 그런 상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즉, 커다란 상처 없이 그 괴물 같은 강자들에게서 멀쩡하게 살아남은 것이었다.

‘어서 나도 빨리….’

툰드라는 그런 유렌을 보며,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금씩 조급함을 느꼈다.

분명 처음 봤을 때는 자신이 그보다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것이 완전히 뒤바뀌었으며 그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앞서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도움조차 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그녀에게 뼈아픈 일은 또 없을 것이다.

“그래. 툰드라. 너도 수도에서 수고 많았어. 왕자 쪽이 괴상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지?”

“응. 맞아.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지만.”

지난 몇 주간. 왕자파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했다.

세력을 키우거나 공주파를 무너뜨리려는 공작이 아닌, 말 그대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악적인 행동 말이다.

이에 대해선 유렌조차 그 상황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행동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오늘 발표로 또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이 안 가긴 해.”

툰드라는 그렇게 한숨 섞인 한탄을 내뱉었다.

당연하지만, 그녀도 오늘 국왕이 ‘결정’을 내린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왕자파들도 그 결정에 따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낭보든 비보든, 그들은 반드시 움직일 것인데 과연 어떤 식으로 튈 것인가.

‘뭐, 대비는 해놓았지만.’

유렌과 툰드라가 그런 생각들을 서로 교환하고 있을 때.

긴장이 역력한 모습의 시종이 다가와 알현의 때를 알렸다.

“위, 위저드 유렌! 그리고 그 일행분들! 알현의 실에서 폐하가 부르십니다. 아, 위저드 툰드라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겠다. 지금 가지.”

“…그래.”

유렌과 일행들. 그리고 툰드라는 이 왕궁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인 알현실로 향했다.

 

* *

 

알현의 실.

왕을 알현하는 방식은 크게 나누면 2가지이다.

하나는 한 명이나 소수의 인원이 집무실 등 개인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비공식적인 알현이다.

굳이 공식적으로 크게 할 일이 없는 경우엔 전부 이쪽에 속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람 수가 많다거나, 아주 중요한 사람과 만나는 알현. 그리고 공식적으로 크게 떠들어야 할 때였다.

지금은 모든 것이 그 후자 쪽에 속했다.

이 공식적인 알현은, 이렇게 수백 명이 들어가도 남을 거대하고 웅장한 홀에서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위저드 유렌.”

“반갑네.”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공주 전하. 그리고 예니힌 공작님.”

유렌은 두 명과 그렇게 인사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게 보아도 귀족만 수십. 거의 1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들 상당수는 유렌이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왕자파와 공주파. 거기서도 세력이 있는 귀족들이 거의 다 모였군.’

오히려 중립에 가까운 귀족들은 세력이 크더라도 빠져있었다.

역시.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결정을 내린다는 소리였다.

유렌은 기품 있고 우아하면서 화려한. 단순히 돈만으로는 되지 않는 알현실을 둘러보며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저긴 분명 국왕이 앉는 자리겠지. 그런데 웬 하얀 천들이?’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이들을 내려다보는, 국왕에 어울리는 저 높은 자리.

하지만 지금은 저 자리 주변으로 새하얀 순백의 두꺼운 천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게다가 기색이 묘해,’

그것만으로 이상하다고 느낄 수는 없었다.

왕은 꽤 심한 중병에 걸려 있는 상태니,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유렌과 예니힌 공작. 그리고 몇몇 고위 마법사인 이들이 이상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저 안쪽이 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묘하리만큼 저 안쪽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군. 마력뿐만이 아니라 냄새나 인기척 등. 모든 것이.’

물론 비상시엔 왕궁 특유의 마력을 억누르는 방호용 마도구가 있긴 하지만, 현재 기동 상태는 아닐 터. 

애초에 그것은 저런 수준으로 모든 걸 차단해버리는 마도구도 아니었고.

하지만 유렌과 몇몇 이들이 느끼는 그런 의문은 곧 묻혀버렸다.

그보다 훨씬 커다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콰앙-

바로, 알현실의 문이 닫힌 것이다.

왕자가 들어오지 않은 채로 말이다.

“자, 잠깐! 거기 근위병들! 아직 왕자 전하께서 들어오시지 않으셨네!”

“무례하다! 일개 근위병들이 왕족을 욕보이는 건가!”

왕자파 귀족들은 얼굴을 새하얗게 질린 채로 당장 문 쪽으로 다가가 근위병에게 따졌다.

하지만 근위병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명령을 수행한다는 말만 한 채로 말이다.

“이, 이런….”

“폐하는 이미 결정을…!”

단순한 근위병이 귀족들인 그들을 무시할 수 있을 리 없다.

즉, 이것엔 국왕의 뜻이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한 왕자파의 귀족들은 하나둘 주저앉거나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해당 초대자가 오기도 전에 알현실의 문을 닫는다?

그것은 그를 애초부터 초대하지 않았거나 들이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였다.

즉, 현 상황에서 국왕의 그런 의지란?

이미 권력 게임이 끝이 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오! 공주님…!”

“…네!”

“좋아!”

한편, 공주파 쪽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노공작은 대놓고 미소를 짓고 있으며, 공주 또한 주먹을 꽉 쥐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 밑의 귀족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소리만 못 지를 뿐이지 온몸으로 기쁨을 노래하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

“….”

하지만 유렌은 뭔가 찜찜함을 느꼈다.

수없이 많은 위기에서 살아남았던, 전생의 감각이 뭔가 뒷통수를 찌릿하게 찔러댔다.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있나?’

안 그래도 무슨 짓을 벌일 확률이 높은 왕자다. 하려면 좀 더 얌전히, 계획을 완벽하게짜고 하는 것이 나을텐데.

하다못해 몸이 멀쩡했다면 몰라도, 자신이 굳이 중병인 상태에서 이런 짓을…?

절망과 슬픔. 기쁨과 희망. 그리고 의문.

그런 어수선한 상황과 감정이 알현실에서 휘몰아칠 그때.

쿵!

하얀 천으로 가려진 국왕의 자리에서, 무언가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폐하?”

노공작이 의문의 목소리로 가장 먼저 물었다.

하지만 인기척이 있는 그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후. 알현실의 모두에게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떠오를 그때.

촤락-

하얀 천이 열리며, 그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피투성이로 검을 쥐고 있는 1왕자의 모습이었다.

“…?!”

“저, 전하?!”

모두가 놀랄 틈도 없이, 1왕자는 밑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탁- 타라라락-.

그 둥근 물체는, 데굴데굴 밑으로 굴러 내려왔다.

이제는 검붉어진 피부와 피의 붉은색. 그리고 머리카락 색인 검푸른색이 섞인 기묘한 둥근 물체.

그것은 바로 국왕의 머리였다.

“큭… 크하하하핫!”

“아, 아아아악-!”

“폐, 폐하아?!”

1왕자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와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절규 소리.

그 모든 소리가 모두 합쳐져 알현실 안에 강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이 이후 일어날 파국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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