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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8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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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8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20)

 

 

 

“사령관님! 그 검은 갑옷을 입은 소드마스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령관님! 6연대 상공에 거대한 바위 언덕과, 그 위로 번개가···!”

“사령관님! 5위계 위저드가 말하길, 엄청난 마력이 전장 옆에서 맞부딪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소드마스터와 13연대장이!”

“사령관님! 이번엔…!”

왕국군의 사령관- 빈델 후작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전령들의 보고에 머리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물론 전장에서 수없이 많은 전령의 보고를 듣고 판단하는 것 정도야 당연한 사령관의 일이긴 했다.

아무리 후작이 전쟁의 경험이 없어도 그 정도는 미리 알고 있었고.

“으으윽!”

하지만, 후작은 생각보다도 훨씬 혼란스러워하며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바로 부사령관의 부재였다.

‘젠장. 아무리 멍청이라고 해도, 놈과 같은 베테랑 장교가 없으니 아쉽긴 하군!’

아무리 공에 눈이 멀고, 바보짓을 했어도 어쨌든 군 경력 30여 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명민한 놈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이 상황을 정리해서 그에게 보고는 해줬을 테니, 아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괴상한 현 상황이었다.

“전장이 원래 이런 것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렇게나 벌어지나?!”

“제, 제가 알기론 아닙니다.”

그 몇 없는 고위 장교 중 하나인 참모도, 사령관의 한탄 어린 질문엔 고개만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로서도 이런 전장은 처음이었다.

소드마스터가 갑작스레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전장의 지형을 바꿀만한 거대한 바위가 공중에서 떨어지다 또 사라졌다.

땅에서 거대한 번개가 하늘로 올라가 그 바위 위로 떨어지는가 하면, 이번에는···.

“마수들이 나타났다고?! 그것도 최소 수백 개체나?!”

쾅-!

후작은 각종 보고서가 적힌 책상을 강하게 후려치고 말았지만, 그 아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주위의 지휘관들도 모두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아무리 예측을 못한다는 게 전장의 특징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13연대를 기습했다고? 지금 거기에 유렌 연대장은 자리를 비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 예.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의 부관과 위저드 셀레나가 지휘를 대신 맡는 모양입니다만···.”

후작은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13연대장 - 유렌은 6레벨 마스터와 계략을 짠 후, 소드마스터를 상대하기로 했었다.

실제로 그 공포의 검은 갑옷이 전장을 이탈 중이니, 그 계획은 성공한 셈이었다.

전장 옆에서 거대한 마력들이 부딪히고 있다는 보고를 보니, 아마도 전장을 조금 벗어나 싸우고 있는 듯하고.

다만, 그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6, 6레벨 마스터는? 그 노마법사분은 어디 계신가!”

“1, 13연대와는 정반대에 계실 겁니다. 거기에 적진으로 꽤 깊숙이 들어가셨는데, 거기에 5레벨 위저드들이 몇 명 있어 발이 묶이신 것 같습니다!”

“제길!”

후작은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연하지만 노마법사를 탓할 수는 없다. 

그는 굳이 오지 않아도 되는 전장에 와서, 목숨을 불태우며 병사들을 살리고 있으니까.

다만, 그가 필요한 현 상황에 부재중인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비록 연대장이 빠졌다곤 해도 13연대가 잘 막아줬으면 하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무리한 욕심이라는 것을 후작은 알고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마수들은 한 마리만 있어도 병사 수십 명 이상을 아작아작 씹어 먹는 괴물이란 건 안다.

그런데 그 수백 마리가 기습을?

아무리 다른 인재들이 있다고 해도, 냉정히 전멸당하지만 않는다면 다행일 상황이다.

문제는 13연대만이 아니다. 그들이 무너지면, 와르르 따라서 다른 연대들까지 무너질 가능성 또한 컸다.

하지만 그런 그의 초조함을 마치 알기라도 한 듯, 다음 전령은 훨씬 좋은 소식을 들고 왔다.

“사, 사령관님! 대륙 남부 쪽의 용병들 수백 명이 나타나, 마수들과 서로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그들을 이끌고 온 상인에 의하면, 바로 13연대장님이 개인적으로 용병으로 고용했다고 하십니다! 이름난 용병들이라 마수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전해왔습니다!”

“…!”

후작은 전령이 들고 온 보고를 듣고, 관련 서류를 보며, 안도와 경악을 동시에 느꼈다.

대륙 남부 용병단의 강함은, 후작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멀리서 있는지와, 굉장히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지도.

“…다,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네. 그럼 어서 다른 연대에도 전령을 보내, 그 용병들은 우리의 편이니, 공격하지 말라고 전해주게나! 어서!”

“옙!”

전령들은 크게 대답하곤, 각 연대로 흩어 사라졌다.

사령관으론 큰 위기를 넘긴 셈이었지만, 후작의 얼굴은 기쁨만이 있지는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가. 유렌 슈나이더란 남자는.’

후작은 한참 전에 이미 남부 용병을 고용해, 이곳까지 데려온 유렌을 생각하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가 대륙 남부와 상행으로 교류하는 것은, 사실 베르헨의 귀족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설마 시간상으론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용병을 고용했다? 그것도 마수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강한 수준으로?

꿀꺽-.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소드마스터를 막아내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적의 강대한 마법까지 어떻게 했는진 모르지만 막고 있지 않은가.

후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초조한 감정이 올라왔다.

사령관으로선 매우 기쁘지만, 왕자파의 일원으론 불안하고 두렵기 그지없었다.

‘…이거, 한 번 진지하게 내가 설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군. 전쟁이 끝나기 전에 말이야.’

후작은 그렇게 마음먹으며, 다시금 시끄럽게 돌아가는 전선에 집중했다.

전장의 안이든 밖이든,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 *

 

파아앗-

루시아의 거대한 신성력이 꾸물거리며, 검은 갑옷 안으로 스며들어가 상처를 치료했다.

비록 검은 갑옷은 강한 항마력과 저주로 인해 그 속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사제들 수준의 이야기.

그를 훌쩍 뛰어넘은 루시아에게 있어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으음.”

“아, 이제 정신이 드나 봅니다. 그나저나, 조금 이상한 게 있습니다. 입었던 상처가 제법 크긴 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건 마치 무방비한 상태에서 하늘에서 추락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만.”

루시아가 주변의 흔적을 살펴보고 그렇게 말하자, 유렌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뭐, 살리기 위해서인데 어쩌겠는가. 

목숨에 비하면야 날려버려서 기절한 것 정도야, 가벼운 것이지.

어쨌든,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루카스는 완전히 정신이 들었는지, 서서히 일어나 둘에게 감사했다.

“…일단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선 감사한다. 뭐, 어차피 곧 죽을 몸이긴 하다만.”

“그게 무슨 말이지? 역시, 그 저주 때문인가?”

유렌의 그 질문에, 루카스는 맞다는 듯 고개만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여전히 남녀노소를 알 수 없는 그 기묘한 목소리로 말이다.

“그래. 맞다. 나는 놈들에게 잡히며 갑옷과 함께 통째로 저주를 받았지. 당시 나는 대륙 서쪽에서 제법 활약하긴 했었지만, 아직 소드마스터도 아니었기에 그놈들에겐 대항할 수 없었다.”

루카스의 말로는, 원래 자신은 저 대륙 서쪽에서 활약하던 소속이 없는 자유 기사라고 했다.

아직 소드마스터의 벽을 깨지 못했던 루카스는, 어느 날 엘프의 수하들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그 뒤로 놈들이 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방법의 고문을 함과 동시에, 강력한 저주를 발동해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게 서서히 죽였으니까. 아마 내가 아는 강자들만 그렇게 수십은 죽었을 것이다. 나는 가족이 없었지만, 가족을 인질로 잡힌 자들도 많았고.”

“빌어먹을 당나귀들 같으니.”

“하는 짓이 완전히 3류 악당 같은 쓰레기들이군요.”

루카스의 말에, 유렌은 물론이고 루시아도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전쟁으로 엘프가 알려진 대로 고귀하고 깨끗한 종족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더러웠던 것이다.

하는 행동이 무슨 규모만 큰 빈민가의 노예 조직 수준이었다.

“온갖 더러운 음지에서 그렇게 구르고 구른 결과, 3년 전에 마스터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더군. 하지만, 마스터의 힘으로서도 저주는 어쩔 수 없었다.”

“마스터라고 뭐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더구나, 그전에 받은 저주라면, 더더욱 그랬겠지.”

유렌은 ‘전직’ 마스터였다는 공통점으로 루카스의 말에 공감하며, 그 말이 거짓임이 아님을 알았다.

그리고, 왜 루카스가 공식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드마스터인지도 말이다.

“흐음···.”

루시아는 루카스의 이야기를 듣다가, 다가가 그 갑옷을 이곳저곳 만지기 시작하더니, 눈을 빛냈다.

“이거, 잘하면 제가 해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정말이야?!”

유렌도 꽤나 놀랐지만, 루카스 본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꺼운 투구 안에서도, 그 흔들리는 눈빛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 말이 정말인가? 이 갑옷에는 두 가지 저주가 있다. 먼저 하나는 내 움직임을 제약하는 것. 그것은 풀기 어려운 종료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하나. 그것은 나의 목숨을 서서히 고통스럽게 끊을 수 있는 저주다. 그것은 여태껏 풀 수 있다는 신관을 본 적이 없었고.”

루카스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설명하면서도, 기대는 버릴 수 없는지 목소리가 슬쩍 떨려왔다.

지금 해주가 가능하다는 의미는, 단순한 자유만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루카스의 배신을 알게 된 엘프들은 분명히 그 목숨을 거두려 할 것이니, 해주는 말 그대로 목숨 그 자체를 살리게 되는 것이다.

목숨과 자유.

그 두 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하니, 루카스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80%의 확률로 두 개의 저주를 모두 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후자의 저주는 어떤 사악한 자식이 걸었는지 몰라도 매우 강력하지만···. 마침 제가 제일 자신 있는 해주 부분이, 바로 이런 종류입니다.”

“…그럼 부탁할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다만, 여러 준비가 조금 필요하니, 이 전투가 끝난 후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바로 즉사하는 저주는 아니니까요. 괜찮을까요? 유렌?”

루시아가 그렇게 묻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왕국의 병사를 백 단위로 베어 넘긴 사실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엘프의 강압 때문에 전장에 어쩔 수 없이 참가했던 점도 있었고, 무엇보다 저주가 풀리면 그 엘프를 상대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줄 사람이다.

앞으로 사라질 목숨 수십만, 아니 수백만 이상을 구할 미래를 함께 이끌 수 있는 인재였다.

“이번 전투가 끝나고 해주를 시도해보도록 하지.”

“…감사한다.”

루카스는 투구를 벗지는 못했지만, 대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했다.

“자, 그럼···. 루카스. 저 검은 머리 엘프 외에도, 다른 엘프 한 명이 있지?”

“그렇다. 붉은 머리의… 큭!”

루카스는 정보를 말하려다가, 가슴을 움켜잡고 주저앉았다.

검붉고 꾸물거리는 기운이, 루카스의 갑옷 전체에 뒤덮였다.

작전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려 한 대가로, 자동으로 저주가 발동된 것이다. 

비록, 단숨에 죽진 않지만 엄청난 고통이 서서히 루카스의 전신으로 퍼져갔다.

‘엘프를 직접 공격해도 발동이 안 되던 저주가, 겨우 저 정도 말을 하자마자 바로 발동되다니? 동작을 막는 저주만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대체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겠군.’

유렌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그 저주를 바라보고 있자, 루카스는 고통에 몸을 떨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붉은 머리의 남자 엘프다. 컥! 이름은 크레이스. 궁술과 마수 소환이 특…기다. 즐겨 쓰는…  술은… 수백미터…  에서 마수를 부리다…  로 저격이다. 원거리와 대군을 공격하는 능력은… 강하지만, 쿨럭!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어력은…  한 편이고.”

“그래, 정보 고맙다. 여기서 쉬고 있어라. 전투를 끝낸 후, 루시아와 함께 와 해주를 해주지.”

“…부탁하마.”

루카스가 나무에 기대 고통을 견디는 사이, 유렌은 조용히 품속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이공간에서 소환했다.

“마침, 시간에 딱 맞춰 완성이 되었군.”

유렌은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투창 한 개를 공간 속에서 꺼냈다.

그 투창에 붙어있던 하얀 쪽지가, 나풀거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루시아가 쪽지를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사도님! 대 엘프 전용 투창 실험체 2호가 완성되었습니다. 만들던 와중, 드래곤님께서 얼음의 숨결을 선사하여 더욱더 강력한 효과를···.

“호오. 레인 녀석. 엉뚱하게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도움이 되는군.”

“…해츨링이 따라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설마 그곳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뭐,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해줄게. 지금은 무엇보다···.”

유렌은 투창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짝을 잃은 엘프 하나를, 쫓아 내버려야지.”

엘프에 대한 적의를, 눈 속에 활활 불태우면서 말이다.

 

* *

 

“…설마 엘리오네가 당한 건가?”

마수가 등장한 곳의 근방인 한 전장 경계의 숲.

그곳에서 한 엘프가 적발의 머리카락을 흔들며, 초조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고귀한 종족이라고 자부하는 엘프 가운데서도, 높은 지위에 있는 몸.

평소엔 언제나 여유가 있게 행동했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와 엘리오네가 짠 계획들이 몽땅 엎어져 버리고, 심지어 그녀는 당했는지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루카스. 그 빌어먹을 벌레 같은 것이 감히!”

돌아가면, 당장 저주를 발동시켜 처참하게 죽여버리리라.

크레이스는 그렇게 배신자로 생각되는 검은 기사를 욕하며, 끊임없이 마수를 소환했다.

슈우우욱-

그가 마력을 뿜어낼 때마다,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전장에서 마수들이 은근슬쩍 하나씩 늘어만 갔다.

“갑자기 저런 놈들이 어디서 튀어나와선!”

엘프라는 종족을 꽁꽁 묶어 놓는 그놈의 ‘규율’을 그나마 가장 피할 수 있는 것이 이 마수 소환이었다.

그 덕에, 크레이스는 직접 전투 능력은 엘리오네보다 훨씬 떨어지긴 했지만, 대신 작전은 그녀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와 똑같이 그도 실패하기 직전까지 오고 있었다.

‘할 수 없군. 전장에 간접적으로나마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약간 위험하긴 하지만.’

끼이익-

크레이스는 등 뒤의 엘프의 활을 당겨, 마수와 싸우는 놈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본디 그는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 전장에선, 대놓고 강력한 힘을 가진 화살을 쏘지 않았다.

그저, 위력은 적지만 은밀하고 치명적인 화살만 쏘아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저기 덩치 큰, 아이언 고렘 같은 놈. 놈이 지휘하고 있나?’

크레이스는 자신의 남은 마력을 담아, 특제 화살에 꾸역꾸역 쑤셔 박았다.

엘프의 비법으로 만든, 강력한 저격용 화살이었다.

우우웅-

주변의 마력이 모두 뒤틀릴 정도로 화살이 강력하게 강화되고, 크레이스는 조용히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본래는 이렇게 강력한 화살을 준비하면 금방 들켜버리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수백, 수천의 마수와 병사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는 전장이고, 거기서 수백 미터 벗어난 곳이다.

같은 엘프라도 되지 않는 이상, 자신을 찾아낼 리가 없겠지.

‘일단, 놈과 몇몇 지휘관만 제거한 후, 이곳에서 벗어난다.’

꾸욱-

고귀한 엘프가 하등생물에서 도망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진 않지만, 현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었다.

크레이스가 거대 철판 인간의 머리를 노리고 활시위를 놓으려는 바로 그 순간.

반대쪽 숲에서, 흉악한 마력을 지닌 번쩍이는 무언가가, 강렬하게 쏘아져 들어왔다.

슈우우우욱-!!

“…!”

엘프의 눈에 비친 것은, 바로 번쩍이는 하나의 투창.

비틀린 마력과,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그 투창은 순식간에 그에게 다가왔다.

쩌저어어엉-!

“끄아아악-!!”

무언가 관통되어 얼어붙는 소리와 함께, 엘프의 절규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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