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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22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2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23화

그 나이아스 씨조차 에레나 여신이 직접 이야기를 전했다는 부분에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했을 정도니, 다른 일행들의 반응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뻐했던 이는 다름 아닌 엘리시아였다.

엘리시아가 세운 계획들이 이루어지려면 이번 임무가 반드시 성공해야 함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대륙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정보나 그에 따르는

업적이 필요한데, 그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아니, 오히려 기존에 엘리시아가 상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상황으로 이루어졌으니, 당연히 그녀가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아스 씨와의 약속을 통해, 엘리시아는 세르피안 왕국으로 돌아가면 왕과 대신들 그리고 수많은 국민이 보는 자리에서 검은 드레이크의 시체를

나이아스 씨에게 넘겨받는다.

그 커다란 몸집과 날카로운 이빨, 칠흑같이 어두운 비늘, 창칼조차 먹히지 않는 단단한 가죽을 가진 녀석의 모습을 국민들이 본다면, 우리가 이루어

낸 업적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 그리고 이렇게 강한 몬스터조차도 토벌한다는 것도 그들에게 보여 주게 된다. 또한 마나 마스터인 나이아스

씨와의 친분 역시 강조하니, 왕가와 세르피안 왕국 전체의 위상을 드높여 다른 왕국에 으스댈 수 있음은 물론이다.

“거기에 지금 이루어지는 봉인 또한 성공적으로 복구하면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 되니, 이것 역시 우리와 왕국의 위상을

대륙에 떨칠 훌륭한 업적이겠죠.”

이것으로 공주인 엘리시아는 영원의 숲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것이 된다.

그녀 말로는 이 정도 업적이면 왕국 역사서에 이름을 남길지도 모른다고 한다.

한편으로 엘리시아는 또 다른 의미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이 모든 상황을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했다.

“셀린 말대로 에레나 여신님과 아넬이 소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 원인을 막고 검은 드레이크를 토벌한 것보다도 훨씬 큰

파장이 대륙을 충격에 빠뜨리겠죠. 18살 나이로 오러 익스퍼드 중급에 올라 상급 경지를 바라보는 아넬의 실력 그리고 어려서부터 모험가 생활로

쌓아 온 ‘여신의 총애를 받는 은빛 검사’라는 이명이 함께 퍼지면서, 아넬은 셀린 말대로 정말 성자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에레나 교로부터 받을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세르피안 왕국은, 특히 아바마마는 더더욱 아넬을 어떻게든 왕국 내에 붙잡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겠죠! 아넬이

왕의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대공(大公)의 지위를 요구해도 들어줄 거예요.”

“실감도 잘 안 나지만, 왕의 자리는 준다고 해도 싫은데 말이야.”

귀족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야, 평민으로 태어났지만, 능력 있는 부모님을 둔 덕분에, 가난에 시달리며 살지는 않아 돈에 궁핍하지는 않다. 그러나 여태껏 대륙에서 살아오며

다른 평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충분할 정도로 봐 왔다.

전생에서의 경험으로도 삶에서 돈의 중요성은 잘 알고,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 또한 내가 이 대륙을 즐기며 살아가려면 돈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이라는 것 역시 예전부터 계속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레아 누나에게 프러포즈하면서 모험가로서 계속 활동하고 싶어 한 이유도 좀 더 대륙을 여행하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내 실력을 고려했을 때 모험가

활동을 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벌이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족이 된다면 내 몸을 움직여 일하지 않아도 하사받은 땅에서 나오는 봉급으로

기본적인 삶이 유지되고, 고위 귀족이라면 더 많은 재화를 손쉽게 얻을 것이다.

돈과 권력 모두를 싫어하는 사람이 해탈한 자가 아니라면, 귀족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 아마도.

‘그래도 왕이나 대공까지는 아무래도 좀 그렇지?’

자고로 권력을 탐하는 자의 말로가 좋게 끝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작정하고 권력자가 되려고 해도 그 온갖 암투가 난무하는 과정에서 버틸지 알 수 없는 판인데, 내겐 그러한 암투에서 버틸 능력도 없을뿐더러, 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

‘만약 왕이 나를 붙잡으려고 권력을 요구하면, 길드 마스터와 마찬가지로 백작 위나 달라고 할까?’

백작부터라면 그래도 고위 귀족으로 취급되니, 얻는 영지도 제법 클 테고, 들어오는 봉급 역시 절대로 낮지 않겠지.

영지 관리는 적당히 고용인에게 맡기고, 나는 수도에서 부족함 없이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상상하려니, 엘리시아가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왕이라는 게, 사실 그다지 좋은 것은 하나 없어요. 먹는 것 하나, 볼일 보러 가는 것에도 일일이 제약받고 자기 아들과 딸을 손으로 안아

보기조차 쉽지 않죠.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는 따로 시간을 내야 한두 시간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에요. 왕은 왕대로 자식들에게 제대로

시간을 내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자식은 자식대로 왕이 왕국을 위해 밤낮없이 서류를 검토하고, 대신들을 상대하며 머리를 붙잡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자신들을 보러 와 주는 왕에게 미안함을 느끼죠.”

아마도 그것은, 엘리시아 본인의 경험담일 것이다.

그녀는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시간을 할애하는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지막이 덧붙이면서, 돌연 미소 짓더니 내 손을 잡아끌고

숲속을 향했다.

“계획도 계획이지만, 우선은 사냥이 먼저겠죠. 가요, 아넬! 아직 다른 분들이 먹을 양을 맞추려면, 해가 지기 전까지 열심히 돌아다녀야 할

거예요.”

그 웃음을 보면서, 나 역시도 작게 미소 짓고 엘리시아와 함께 그날 하루 동안 숲을 돌아다니며 함께 사냥을 즐겼다.

최종적인 수확은 사냥을 시작할 때 잡은 새 한 마리와 리드넛 두 마리, 산토끼 한 마리. 그리고 마지막에 무려 사슴을 한 마리 잡는 성과를

올렸고, 그 덕분에 신전으로 돌아가서 일행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

 

 

“아빠, 고기 조금 더 주세요!”

어느새 한 그릇 분량의 고기를 전부 먹어 치운 세레나가 다시금 자신의 접시를 쭉 내미는 그 모습엔 부모 미소 한 번.

모닥불 위에서 기름을 뚝뚝 흘리며 잘 익은 사슴 뒷다리 고기를 일부, 나이프로 썰어서 세레나가 먹기 좋게 잘게 잘라 접시 위에 올려 주었다.

“와아!”

세레나는 여전히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처음으로 이 아이에게 먹여 주었던 것이 고기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만드라고라 시절부터 동물의 양분을 먹이로 삼았기 때문일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고기를 먹을 때만큼은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얼굴을 보여 주니, 그것만으로도 몇 그릇이건 상관없이

계속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는 돼지고기에, 오늘은 사슴고기까지. 이거, 요 며칠은 입이 호강하는구먼!”

고기를 먹고 기분 좋아진 것은 비단 세레나뿐만이 아니다.

일행들 역시, 이틀 연속으로 사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고기가 풍족하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하기야 저녁에도 그만큼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또다시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 사람도 없긴 하다. 더군다나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 줄 산나물무침이나 버섯구이도 준비되었으니, 맛이 한층 더 좋을 수밖에 없겠지.

일행들이 맛있게 먹어 준다면, 사냥한 입장으로서도 보기 좋다.

한쪽으로는 모닥불에 의해 맛있게 구워지는 사슴고기를 감시하고, 한쪽으로는 고기를 맛있게 먹는 세레나와 일행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도 조금씩

고기를 나이프로 잘라 먹으려니 옆에서 그릇 하나를 불쑥 들이미는 것을 보았다.

“나도 조금 더 먹어도 되겠나?”

“아, 나이아스 님! 물론입니다. 밤낮으로 봉인 복구에 힘쓰는데 든든히 드셔야죠.”

“고맙군.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부터는 그다지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걸 보니 지치긴 지친

모양이야.”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나이아스 씨의 얼굴엔 다크 서클이 드리워졌고, 전체적으로 인상이 상당히 수척해졌다.

그렇다곤 해도 그의 얼굴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노화가 멈춰, 아무리 높게 잡아야 30대를 넘어 보이지 않는 인상이었지만 말이다.

잘 익은 사슴고기 뒷다리 살을 잘라 접시 위에 올려 주자, 나이아스 씨는 자리에 앉아 고기를 천천히, 꼭꼭 오래 씹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그러곤

나물무침이 마음에 드는지 고기를 먹을 때마다 함께 곁들여 먹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음, 고기만 먹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물과 곁들여 먹으니까 훨씬 맛있군! 나중에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겠나?”

“나이아스 님도 요리하시나요?”

나도 모르게 물어본 말에, 나이아스 씨는 하핫!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스터라도 기본적으로 밥은 먹고 사니까 말이야. 아무리 마법이라도 완성된 요리를 만들 순 없지.”

“나이아스 씨는 결혼하지 않으셨나요?”

“마법과 연구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이 나이가 되었더군. 젊었을 적에는 나도 연애라는 것을 몇 번 해

보았지만, 그 어떤 여성이 온종일 자신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마법과 연구하기를 더 좋아하는 남자와 있고 싶겠나? 그래도 그때는 여성과 시간을

보내기보단 마법을 연구하는 쪽이 더 재미있고 내겐 가치 있었지. 그 시간이 있었기에 이렇게 마스터라는 경지에까지 올랐으니 후회는 없지만, 그때

좀 더 다른 쪽으로 시간을 투자했다면, 내게도 가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구나.”

나이아스 씨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세레나가 후우, 후우! 바람을 불며 뜨거운 고기를 식히곤 아앙! 하고 덥석 고기를 입안에 넣었다.

아마도 요 며칠 동안 세레나와 함께 작업하면서, 적잖이 정이 든 모양이었다.

“세레나에겐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보이는구나. 아무래도 본체 자체가 막대한 양의 마나를 품은 만드라고라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섬세하면서 빠르더군. 아직은 언어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지능이 점점 발달해 가는 과정이라 무리겠지만,

충분히 너희와 시간을 보내며 성장한다면 후에 내 뒤를 잇는 마스터 마법사가 되겠어.”

“그 말씀은, 세레나를 제자로 삼고 싶으시다는 뜻인가요?”

요 두 달간, 나이아스 씨와 함께했지만, 나이아스 씨에게 가족이나 제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나이아스 씨가 마스터 경지에 오르면서 젊은 외모를 유지한다지만, 이미 그의 나이는 190살이 넘었다.

엘프족 평균 수명은 대략 200살.

활성화된 마나의 영향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나이로만 보자면 엘프족을 기준으로도 할아버지이다.

남은 수명 여부를 떠나서, 그에게도 자신이 여태껏 이룩해 온 것들은 후대에 남기고픈 마음이 절실할 것이다. 하지만 나이아스 씨는 고개를 저었다.

“세레나를 제자로 삼기엔 무리겠지. 아무리 숨기더라도 의외로 인간들은 이런 정보를 얻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이거든. 나와 같이 그들의 정보력이

닿기 힘든 영원의 숲에서 함께 지낸다면야 몰라도, 도시에서 지내는 한 언젠가는 그들의 귀에도 여러 이야기가 흘러 들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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