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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육 (그럼, 이번엔 언니 차롄가?) 15화

무료소설 완전한 사육: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완전한 사육 (그럼, 이번엔 언니 차롄가?) 15화

마성진이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의 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그 다음달이었다. 물론 그런 돈이 마성진에게 있을 리 없고, 모든 것을 유현지에게 얻어낸 것이다. 게다가 그는 유현지에게 매달 생할비까지 당당하게 요구했다.

 

"너는 돈 많은 집 아가씨야. 그 정도의 돈이야 조금만 머리 쓰면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겠지."

 

유현지의 안색이 조금만 변하면 전에 찍어놓은 필름을 내놓은 바람에 그녀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성진은 자신에게 운이 돌아왔다고 믿었다. 이렇게 세상 사는 법도 있구나 하고 광명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유현지라고 하는 미모의 아가씨를 합법적인 수단으로 획득하여 그것을 자기 이상 성욕의 대상으로 함과 동시에 생계 불안을 해소시킨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고 마성진은 생각했다.

 

마성진은 유현지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녀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본질적인 정사와 사랑이 싹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 그래서 마성진은 비상수단을 썼던 것인데, 그 결과 유현지는 마성진의 성욕과 경제까지 맡아주게 된 것이다.

 

마성진은 이렇게 되고 보니 남자와 여자의 관계 따위는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한마디로 난센스였다. 여자를 편의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세상은 참 살기 편한 곳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유현지는 수치와 오욕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갖다준 돈도 적은 액수가 아닌데, 또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바쳐야 한다. 요컨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녀에게 고뇌를 줌으로써 마성진의 가학적인 성벽이 점점 돋구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부잣집 아가씨라고는 하지만 매달 일정액의 돈을 갖다바치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기품 높은 그녀가 언니인 유예지에게 그간의 사정을 고백할 리는 없을 것이다.

 

마성진은 그녀 혼자서 고민하고 있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번지는 것을 느꼈다.

 

마성진이 자신의 아파트에 현기영, 양명섭, 이우영 등을 불러 포커판을 벌인 것은 그곳으로 이사하고 반달이 지난 후였다.

 

마성진은 아버지가 시골의 산림을 팔아 큰돈을 손에 넣게 되어 미리 상속분을 떼주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달라진 환경을 설명하였다.

 

"그랬냐? 너, 아주 능력있는 아버지를 뒀구나."

 

현기영이 카드를 섞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돈이 있으면 친구들의 태도도 이렇게 달라지는가 하고 마성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시골에서 송금이 끊겨서 대학을 그만두었지만, 이 친구들은 부모에게서 긁어낼 수 있을 만큼 긁어내서 여자와 술, 도박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성진은 대학에 다닐 때부터 이 망나니 친구들에게 좋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현기영 무리를 불러 포커판을 벌인 이유는 혹시 그가 유현지와 자신의 관계를 눈치채지 않았나 하는 염려에서였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요즘 네 피앙세는 어때, 잘 지내나?"

 

"요즘 만나기가 힘들어 바쁜가 봐."

 

"그 아가씨의 언니 있잖아. 뭐라고 했지, 그래그래 유예지 말이야. 한번 잡지에서 본 적이 있는데 대단한 미인이더라."

 

아마 현기영이라면 실물을 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마성진이 슬쩍 그의 얼굴을 건네 보았다.

 

"아아, 그럼,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지."

 

현기영이 탁자 위에 늘어놓은 카드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어디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도 있지만 깊은 맛도 있어. 물에 젖은 듯한 섹시함이 풍기지."

 

"야!"

 

양명섭이 불쑥 끼여들었다.

 

"물에 젖은 듯한 섹시함이라. 문학적인 표현이군. 나이는 몇 살인데?"

 

"서른이 좀 넘었을 걸."

 

"후후, 한창 물오를 때구먼. 그런데 연하의 청년에게 빠져있다니. 참…… 남자를 만들 생각만 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이우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글세, 김경철이라는 그 애 말이야. 내 동생하고 같은 학교를 다녀서 한번 가까이서 본 일이 있는데, 정말 그렇게 예쁘게 생긴 애라면 차라리 호모가 되고 싶을 정도였어."

 

양명섭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애가 잡지에 실린 스캔들 기사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저런 고등학교를 그만두었구나."

 

이우영의 말에 현기영이 고개를 쳐들었다.

 

"아니, 그만두게 한 것은 유예지일 거야. 폭로기사 건으로 그 애가 학교에서 받을 고통을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을 게지."

 

"그럼 유예지와 그 애가 목하 열정에 불타오르고 있겠네?"

 

"반은 자포자기가 되어있지 않을까?"

 

"이야, 차라리 그 놈이 부럽다."

 

양명섭과 이우영이 웃었다.

 

"어쨌든 유예지는 매일 밤 그 애를 미치게 하면 즐기고 있을 거야."

 

이우영의 말에 현기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야, 내 피앙세의 언니에 대해 그런 나쁜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후후, 동생도 결코 거기에 뒤지지 않아, 마성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순간, '콜'하며 현기영이 지폐를 무더기로 들어 탁자 가운데로 던졌다.

 

"쳇, 오늘은 안 되는군."

 

마성진은 카드를 내던지고 소파로 가 몸을 기대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유현지의 얼굴 위로 그 언니인 유예지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마성진의 가슴이 묘하게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유현지와 유예지를 동시에 농락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마성진은 어느덧 그런 공상에 빠져들었다. 마성진은 숨마저 가빠져옴을 느끼며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야, 마성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 거야."

 

양명섭이 마성진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듯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 * *

 

일요일, 유현지가 약속한 돈을 가지고 마성진의 아파트로 오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기집애, 이제 겨우 두 번 상납을 했을 뿐인데…… 마성진은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천장을 쳐다보면서 토하듯이 중얼거렸다.

 

마성진은 초조한 기분이 되어 방안을 휙 둘러보았다. 꽃모양의 카펫이 깔린 큰 방, 카펫 위에는 큰 탁자가 놓여있다.

 

호화로운 더불베드가 있는 침실에는 유화가 걸려있고, 침대 상단에는 꽤 고가로 보이는 스탠드도 놓여있다. 모두 앞으로 유현지에게 상납 받을 돈을 믿고 카드로 사들인 것이다.

 

그날 결국 유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마성진은 다음날 아침 유현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집에 전화만은 걸지 말아달라고 유현지가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녀가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느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여보세요, 저는 음악출판사의 송수환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마성진은 전화를 받는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전에 유현지의 핸드백 속에 음악출판사의 송수환이라고 하는 명함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내고 대충 속인 것이다.

 

"예, 예, 아가씨를 바꿔드리겠습니다."

 

한참이 지나, 여보세요, 하고 유현지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왜 안 왔어?"

 

마성진이 일부러 험상궂은 소리를 내자 유현지는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전화라도 해야 될 거 아냐. 어제 하루 종일 아무 데도 못 가고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

 

마성진의 힐난은 계속되었다.

 

"돈이 마련되지 않았어도 일단 내게 와서 사정을 설명해야 될 거 아냐. 나한테 그렇게 대할 수 없을 텐데……"

 

마성진은 마구 쏴붙이면서 여자를 협박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었다.

 

"그 영상들 너를 아는 사람들에게 뿌려 버릴 거야. 이미 주소록도 확보해놨어. 자 이걸 뿌려도 상관없겠지?"

 

"기, 기다려 주세요."

 

유현지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싫다는 건가? 그럼 지금 당장 내게로 와! 돈을 준비하지 못했으면 떳떳하게 벌을 받는 거야. 내가 언젠가 말했지? 네 소중한 곳의 털을 모두 깎아 버릴 거야."

 

마성진은 유현지를 협박하는 자신의 말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낄낄, 잘 드는 면도칼을 준비해 둘 테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상처가 나지 않도록 예쁘게 깎아줄 테니까."

 

마성진은 그러면서 껄껄 웃기 시작했다.

 

"마, 마성진 씨."

 

유현지는 눈물에 젖은 목소리가 되었다.

 

"나, 도저히 숨길 수 없어서 어제 언니에게 모든 걸 얘기해버렸어요."

 

뭐, 마성진은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매달 그만한 돈을 갖다드릴 힘은 나한테 없어요. 전에는 언니에게 새 피아노를 산다며 받아냈던 거예요.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아무래도 구실이 생기지 않았고, 언니도 내 태도에 의혹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유현지의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성진은 그야 그렇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요구하면 당연히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며 마성진은 배에 힘을 주었다.

 

"내가 언니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든 안 털어놓았든 그런 것은 나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그래, 결국 언니가 돈을 주겠다는 거야, 뭐야?"

 

마성진은 점점 자신이 악당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면서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언니가 당신과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아, 지금 언니가 왔어요."

 

유현지가 깜짝 놀라더니 전화가 중단되었다. 한참 지나서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유현지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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